근관치료(신경치료)가 끝나면 통증이 사라져 치료가 다 끝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치과에서는 크라운까지 씌워야 마무리라고 안내합니다. 근관치료를 받은 치아는 갈라지기 쉽고, 한번 생긴 금은 다시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관치료한 치아가 왜 잘 갈라지는지, 균열의 종류에 따라 예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철이 치아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근관치료한 치아는 왜 잘 갈라지나요
신경이 없어서라기보다 남은 치아가 적어서입니다.
근관치료가 필요한 치아는 대개 충치가 깊었거나 큰 충전물이 있던 치아입니다. 여기에 근관으로 들어가는 구멍까지 내면 치아 가운데가 비고 얇은 벽만 남습니다.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뽑은 치아에 힘을 가해 본 실험에서 근관치료 과정 자체가 줄인 치아의 강성은 약 5%였습니다. 반면 씹는 면과 양쪽 옆면을 함께 잃은 치아는 강성이 약 63% 줄었습니다. 치아를 약하게 만드는 것은 신경 제거보다 벽의 손실입니다.
신경을 빼면 치아가 말라서 약해진다는 설명도 널리 쓰입니다. 다만 같은 사람의 좌우 치아를 비교한 연구에서 수분 함량은 신경이 있는 치아 12.35%, 근관치료한 치아 12.10%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감각의 변화도 영향을 줍니다. 한 소규모 실험에서 근관치료한 치아는 신경이 있는 치아보다 두 배 넘는 힘이 실려야 통증을 느꼈습니다. 무리한 힘이 걸려도 알아채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씹는 힘을 크게 받는 어금니, 그리고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이 있는 분에게서 균열이 더 자주 문제가 됩니다.
균열의 종류에 따라 예후가 달라집니다
금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내려갔는지가 치아를 살릴 수 있는지를 결정합니다.
치아의 균열은 보통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종류 | 상태 | 치료 | 예후 |
|---|---|---|---|
잔금 | 겉의 법랑질에만 생긴 얕은 금. 통증 없음 | 치료 불필요 | 문제없음 |
교두 파절 | 씹는 면의 뾰족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 | 수복물이나 크라운으로 덮기 | 좋음 |
균열치 | 씹는 면에서 뿌리 쪽으로 금이 감 | 금이 신경까지 닿은 경우 근관치료 후 크라운 씌우기 | 금의 깊이에 따라 다름 |
쪼개진 치아 | 금이 끝까지 진행해 조각이 따로 움직이는 상태 | 일부만 보존하는 경우가 많음 | 살리기 어려움 |
치근 수직 파절 | 뿌리에서 위로 올라오는 금. 증상 적어 발견 어려움 | 발치나 금이 간 뿌리만 잘라 내고 보존 | 살리기 어려움 |

뼈와 달리 치아의 금은 다시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는 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벌어지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균열치를 그대로 두면 쪼개진 치아로 진행할 수 있어 발견 시기가 중요합니다.
금이 간 치아도 조건이 맞으면 오래 씁니다. 균열 때문에 근관치료를 받은 치아를 모아 분석한 연구들에서 1년 뒤 약 88%, 5년 뒤 약 84%의 치아가 남아 있었습니다.
예후를 가르는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금을 따라 잇몸 주머니가 깊어졌는지: 국내 연구에서 균열치의 근관치료 후 2년 생존율은 90%였습니다. 잇몸 주머니가 6mm를 넘은 치아는 74%, 그렇지 않은 치아는 97%였습니다.
금이 치아 속 바닥을 가로지르는지: 신경이 있던 공간의 바닥까지 금이 건너가면 예후가 불확실해져 발치를 고려합니다.
조각이 따로 움직이는지: 이미 쪼개진 치아는 온전히 살리기 어렵습니다.
근관치료 뒤 크라운을 씌웠는지: 균열치에 근관치료를 한 뒤 크라운을 씌운 치아는 2년 뒤 94%가 남았고, 씌우지 않은 치아는 20%만 남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근관치료 후에도 통증이 이어질 때 원인을 가리는 방법은 [내부링크: 근관치료 후 지속되는 통증] 글에서 다뤘습니다.
보철은 어떻게 치아를 보호하나요
크라운은 치아를 바깥에서 한 덩어리로 감싸, 씹는 힘이 얇은 벽을 벌리지 못하게 합니다.
음식을 씹으면 치아의 뾰족한 부분 사이로 힘이 쐐기처럼 들어가 벽을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속을 메우는 충전만으로는 이 힘을 막지 못합니다. 크라운은 씹는 면 전체를 덮어 힘을 치아 전체로 나누고, 둘레를 잡아 벽이 벌어지지 않게 합니다.
두 번째 역할은 밀봉입니다. 크라운이 치아 위쪽을 빈틈없이 덮어야 침 속 세균이 근관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합니다.

장기 추적 연구의 결과도 같은 방향입니다.
- 근관치료 후 크라운을 씌우지 않은 치아는 씌운 치아보다 약 6배 빠르게 빠졌습니다.
- 미국에서 근관치료를 받은 치아 140만 개 이상을 8년간 추적했을 때 97%가 남아 있었고, 빠진 치아의 85%는 크라운이 없었습니다.
- 여러 연구를 합친 분석에서 근관치료 치아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조건은 치료 후 크라운 수복이었습니다.
다만 이 근거는 대부분 진료 기록을 추적한 관찰 연구입니다. 크라운과 충전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모든 치아에 똑같이 적용하지 않고 남은 치아의 양을 보고 결정합니다.
크라운이 금을 붙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깊이 진행한 균열은 크라운을 씌워도 계속 벌어질 수 있어, 금이 생기기 전이나 얕을 때 씌우는 편이 유리합니다.
어떤 치아에 크라운이 필요한가요
어금니와 작은어금니는 대부분 필요하고, 앞니는 남은 치아가 충분하면 레진 충전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치아 | 권장 수복 | 이유 |
|---|---|---|
큰어금니 | 크라운, 또는 씹는 면의 뾰족한 부분을 모두 덮는 부분 보철 | 씹는 힘이 가장 크고 벽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
작은어금니 | 대부분 크라운 | 뾰족한 두 부분 사이로 힘이 들어가 세로로 갈라지기 쉽습니다. |
앞니와 송곳니 | 남은 치아가 충분하면 레진 충전 | 씹는 힘이 작고 벽이 대부분 남습니다. 손상이 크거나 변색이 있으면 크라운을 씌웁니다. |
벽이 거의 남지 않은 치아 | 기둥과 코어를 세운 뒤 크라운 | 크라운을 붙들 속 구조가 필요합니다. |
기둥은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크라운 속 재료를 붙드는 장치입니다. 기둥을 세우려면 뿌리 안쪽을 더 깎아야 하므로 꼭 필요한 치아에만 씁니다.
남은 치아의 양이 기준이라는 점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크라운 없이 둔 근관치료 어금니는 5년 뒤 36%만 남았지만, 치아가 가장 많이 남아 있던 경우에는 78%가 남았습니다.
크라운 재료를 고르는 기준은 [내부링크: 크라운 뭘로 해야 하나요?] 글을 참고하세요.
보철을 미루면 생기는 일
근관치료가 끝난 뒤부터 크라운을 씌우기 전까지가 치아가 가장 취약한 기간입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크라운을 미루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의 치아는 임시 충전재로만 막혀 있습니다. 임시 충전재는 씹는 힘을 오래 버티는 재료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틈이 생겨 세균이 다시 들어갑니다.
한 8년 추적 연구에서 근관치료 후 4개월이 지나 크라운을 씌운 치아는 4개월 안에 씌운 치아보다 발치될 가능성이 약 3배 높았습니다.
크라운을 씌우기 전까지는 세 가지를 지켜 주세요.
- 치료한 쪽으로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씹지 않습니다.
- 임시 충전재나 임시 치아가 빠지거나 깨지면 바로 내원합니다.
-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이 있으면 미리 알려 주세요.
크라운을 씌운 뒤에도 얼음이나 사탕처럼 딱딱한 것을 깨무는 습관은 피하고, 이갈이가 있으면 잘 때 끼는 보호 장치를 상의합니다. 근관치료한 치아는 문제가 생겨도 통증이 늦게 나타나므로 정기 검진에서 방사선 사진으로 확인합니다.
마곡베스트치과는 근관치료를 시작할 때 보철의 종류와 시기를 함께 안내합니다. 근관치료를 마치고 크라운을 미뤄 둔 치아가 있다면 지금 상태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꼭 씌워야 하나요?
어금니와 작은어금니는 대부분 씌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앞니는 남은 치아가 충분하면 레진 충전으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기준은 치아의 위치와 남은 치아의 양입니다.
크라운은 언제까지 씌워야 하나요?
근관치료가 끝나면 가능한 한 빨리 씌우는 것이 좋습니다. 4개월을 넘기면 발치 위험이 약 3배 높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뿌리 끝 염증의 경과를 보고 씌워야 하는 경우에는 그 사이 임시 치아로 보호합니다.
크라운을 씌우면 다시는 깨지지 않나요?
크라운은 치아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이지만 모든 경우를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뿌리 쪽에서 시작하는 금은 크라운을 씌운 치아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씹을 때 아프거나 잇몸에 작은 뾰루지가 생기면 검진을 받으세요.
글쓴이
김민 · 마곡베스트치과 대표원장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검색하지 마세요, 치과의사에게 물어보세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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